1. 말기 진단과 임종기 판단
전이 재발된 암 환자의 경우 과거부터 호스피스 완화의학이 적용되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의가 어느 정도 규정되어 있습니다만 비암성 질환에서는 여전히 말기나 임종기의 기준을 내리기 쉽지 않습니다. 질병이 진행되고 있는 만성 질환의 경우 임상 경과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말기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 상태를 유지하다가 급성기 합병증이 병발하면서 순식간에 임종기로 진행하는 경우가 더 흔하다 보니 법에서 정의하는 "말기"에 "연명의료 계획서"를 작성하는 시기가 모호하게 됩니다. 또한 건강한 성인의 경우 사건 연명의료 의향서를 작성하였다고 하더라도 가역적인 급성 합병증이 병발하여 적극적 치료를 시작하였으나 경과에 따라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바뀔 수 있는데 이에 대해 예후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다 보니 임종기를 판단하기 어렵고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하기 쉽지 않게 됩니다.
2. 환자/가족/의료진의 갈등상황
연명의료 중단 결정법이 시행되었다고 하더라도 무의미한 연명의료에 대해 합의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환자 본인이 연명의료 계획서를 작성한 상태라고 하더라도 실제 상황에서 가족들의 심한 반대가 있는 경우 법적으로는 이행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진료 현장에서는 눈 앞에서 반대하는 가족들을 두고 연명의료 유보 혹은 중단을 이행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반대로 환자에게 병명을 숨기는 가족들의 경우 의료진과 가족들이 무의미한 연명의료에 대해 아무리 오래 상담해도 정작 환자 본인이 적극적 치료를 원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비암성 질환이 있는 환자가 평소 연명의료에 대한 의사를 표현하지 않는 상태에서 급성기 합병증이 발병했을 경우, 가족들은 의학적인 면보다 사회적 기능회복의 유무로 잘못 판단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고령이면서 장기 요양을 하는 만성 질환자의 경우, 급성기 합병증이 발병하였을 때 적극적 치료로 회생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장기간의 투병으로 인해 정상적인 활동을 기대할 수 있는 상태까지 회복이 되지 못한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치료 포기가 무의미한 연명의료 중단으로 적용되기도 합니다.
3. 기타
그 외에도 법에서 언급하지 않거나 적용이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대표적으로 가족 전원의 합의가 필요한 상황에서 가족 증명서에 있는 가족의 연락이 두절된 경우, 실질적 보호자나 동거자가 직계 가족이 아닌 경우, 외국 국적의 국내 거주 환자에서는 법을 적용하기 어렵게 됩니다. 서류는 작성이 되었으나 환자의 상태가 변화되는 경우 이전에 작성된 서류를 그대로 적용해도 될지에 대해서도 적절한 대책이나 해석이 나오고 있지 않습니다.
맺음말
해를 거듭할수록 진료현장에서 이러한 어려움에 부딪친 의료진들과 연명의료 중단 결정법에 관여하는 법조계, 윤리 전문가, 행정 담당 부서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부족한 점이 많고 해결해야 할 점이 많지만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고 이에 대한 대책 수립을 준비하고 있으므로 향후 개선책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연명의료 결정법은 결국 무의미한 연명의료로 인해 환자들의 생의 마무리에서 고통받지 않도록 하면서 편안하고 품위있는 임종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책적 도구입니다. 이러한 기본 개념을 바탕으로 소중한 생명의 마무리를 잘 준비할 수 있는 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