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레터
대한소화기학회 윤리법제위원회에서 보내는 의료윤리사례집(2023년 4호)
윤리법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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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대한소화기학회 회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대한소화기학회 윤리법제위원회에서는 "의료윤리사례집"을 통해 실제 진료·임상연구 중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윤리·법적인 상황에 대해 해당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질문과 답변 형식의 글을 준비하였습니다. 여러 회원님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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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장내시경 중에 중간암이 발견된 경우 이전 대장내시경 시술 의사의 과실 여부는 어떻게 되나요?
같은 업무에 종사하는 평균적인 의사의 역량에 근거해서 과실 여부가 판단됩니다.
일반적인 의료과실과 마찬가지로 ‘오진’이 발생하였다고 하여 곧바로 의료과실이 추정되지 않습니다. 만일 여러 근거자료를 종합할 때 이전 대장내시경 시술에서 ‘같은 업무에 종사하는 평균적인 의사라면 진단 가능하였음에도 이를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였다’라는 부분이 인정된다면(예를 들어 내시경으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약 2~3㎝ 크기의 구불결장암이 진단되었는데, 2개월 전 검사에서 이를 진단하지 못하였고, 그 당시에도 비슷한 크기의 구불결장암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큰 경우) 이전 대장내시경 시술 의사의 과실이 추정될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 의성 이동필 변호사
• 치료 중에 환자가 급한 일이 있다며 퇴원을 원합니다. 문제가 될 것 같아 자의퇴원서를 받았는데 환자와 분쟁 발생시 도움이 될까요?
자의 퇴원서는 추후 분쟁 발생 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자의 퇴원서는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스스로 원하여 퇴원하는 것이므로 자의 퇴원서는 ‘그러한 사실’을 증명하는 중요한 증거 자료가 될 수 있으므로 분쟁 발생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 의성 이동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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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출판된 연구에서 뒤늦게 통계 오류를 발견하였습니다. 부정확한 값으로 이미 출판되었는데 수정본을 올릴 수 있을까요? 논문 출판 후 논문 취소(retraction)를 해야 하는 경우는 어떤 경우인가요?
자신이 이미 발표한 연구결과에서 오류나 부정확함을 발견했을 경우, 이를 해당 학술지의 편집자에게 즉각 알린 후 수정(정정기사) 또는 논문 취소의 절차를 밟을 의무가 있습니다. 한번 출판된 논문은 수정, 변경, 삭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논문에 심각한 오류나 연구부정행위가 있었다면 논문은 취소(retraction)될 수 있고, 취소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연구자는 연구 수행 전 과정(기획 – 데이터 수집 및 분석과 해석 – 연구결과 발표)에서 진실하고 객관적이며 투명한 연구를 수행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신이 이미 발표한 연구결과에서 오류나 부정확함을 발견했을 경우, 이를 해당 학술지의 편집자에게 즉각 알린 후 수정 또는 논문 취소(retraction)의 절차를 밟을 의무가 있습니다.
국제적인 학술지 출판사 Elsevier의 출판윤리 가이드라인에서는 “연구자들이 이전에 자신이 발표한 연구결과에서 심각한 오류 혹은 부정확함을 발견하는 경우에는 즉각적으로 학술지의 편집인 혹은 출판인에게 해당 사실을 통보한 후, 논문의 취소 혹은 수정 조치에 대해 편집인에게 협조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연구자가 먼저 오류가 있음을 알고도 이를 시정하려는 어떤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연구자의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며, 추후 해당 학술지의 편집인이나 다른 연구자들에 의해 문제 제기가 있고 연구부정행위나 연구부적절행위로 최종 판정을 받을 경우, 더 큰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해당 오류가 연구부정행위가 아닐지라도 이를 묵인하는 것은 학계에 피해를 주는 행위에 해당합니다. 만일 편집인이 제3자를 통해 해당 오류를 인지하게 되는 경우, 연구자의 책무는 기존의 논문이 정확하다는 증빙을 제공하거나 해당 논문을 즉각 취소 또는 수정해야 합니다. 이러한 조치가 없을 경우, 다른 연구자들이 해당 논문의 오류를 인지하지 못하고 오류를 기반으로 후속 연구를 진행하기 때문에 학문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번 출판된 논문은 수정, 변경, 삭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논문에 심각한 오류나 연구부정행위가 있었다면 취소될 수 있고, 취소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논문 심사 중에 저자가 논문 철회(withdrawal)를 원하는 경우, 저자가 편집위원회에 서면 혹은 이메일로 철회를 요청하면 됩니다. 하지만, 이미 출판된 논문에 대한 취소는 논문 취소의 사유를 명확하게 공개적으로 밝혀야 합니다.
논문 취소를 고려해야 하는 경우의 예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연구의 결과를 신뢰할 수 없는 명확한 증거가 있는 경우
② 위조(fabrication), 변조(falsification), 표절(plagiarism)과 같이 연구부정행위인 경우
③ 중복게재에 해당하는 것으로, 적절하게 출처를 밝히지 않고 이미 발표된 자신의 논문과 동일하게 또는 논문의 일부를 후속 연구에 재활용하는 경우
④ 저작권이 침해되었거나 다른 심각한 법적 문제가 있는 경우
⑤ 비윤리적인 연구 보고를 하였거나 사용 승인이나 허락받지 않고 데이터나 재료를 사용한 경우
⑥ 잘못되거나 조작된 동료 심사를 기반으로 논문이 게재된 경우
⑦ 편집자가 보았을 때 저자가 논문의 결론 해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이해충돌(conflict of interest)을 공개하지 않은 경우
그러나 ① 저자분쟁이 있지만 논문 결과의 타당성을 의심할 이유가 없는 경우, ② 연구의 주요 결과는 여전히 신뢰할 수 있어 수정으로 해당 오류 또는 우려를 해결할 수 있는 경우, ③ 편집인이 보기에 이해충돌이 보고되지 않았지만 결과 해석에 있어 해당 이해충돌이 논문의 결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는 논문 취소 대상이 아니므로 충분히 검토하고 결정해야 합니다.
정직한 실수에 해당되며 통계 오류가 발생하여 결과, 해석, 결론의 방향성 등에 중요한 경우라면, 정정기사(Corrigendum) 및 재출판을 고려해볼 수 있겠습니다.
서울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이인재 교수
의편협 출판윤리위원회
• 로봇을 개발하는 연구팀의 연구원입니다. 저희 팀 연구에 연구원들이 연구대상자로 참여할 수 있나요? 연구자들이 직접 연구에 참여하는 경우에도 IRB 심의가 필요한가요?
연구자 본인이 해당 연구에 직접 참여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은 없지만, 더 신중하고도 세밀한 윤리적인 고려가 필요합니다. IRB의 심의를 받아야 하며 정당화 근거를 제시하여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연구자 자신이 자신의 연구에 연구대상자로 참여하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습니다. 현재 연구자 본인이 해당 연구에 직접 참여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에서 일반적인 연구대상자가 참여하는 연구보다 더 신중하고도 세밀한 윤리적인 고려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연구대상자 보호와 관련된 원칙도 일반 연구대상자와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하며, 연구진이 연구대상자라고 하여 보호라는 측면이 간과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둘째, 연구팀의 팀원일 경우, 연구 책임자나 연구진 내에서 부당한 영향이나 강압에 의해 연구에 참여하게 될 우려가 일반인 연구대상자의 경우보다 더 높기 때문입니다. 셋째, 연구진의 참여로 인해 데이터의 왜곡 가능성에 대한 의심을 받기도 쉽고, 연구 데이터의 진실성(integrity)에 있어서도 신뢰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연구자 본인이나 연구팀이 연구대상자로 연구에 참여하게 되는 self-experiment도 IRB의 심의를 받아야 합니다. IRB 심의를 통해 책임 연구원 및 연구팀원을 부당한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고, 중립적인 제3자가 연구 결과로 제시된 데이터의 신뢰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세밀하게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연구진이 연구대상자로 연구에 참여할 경우, 연구진은 연구진이 대상자로 참여하여야만 하는 정당화 근거를 제시하여야 합니다. 예를 들면, 희귀질환자가 연구대상자여야 하는데 연구진이 희귀질환자이거나, 복잡하고 세밀한 기기 조작이 필요한 연구여서 일반인 연구대상자로부터 타당한 연구 결과를 얻기 어렵거나, 위험 물질을 다루는 연구여서 일반인보다 연구진이 참여하는 것이 위험 수위를 낮출 수 있는 경우 등의 경우에는 연구진 참여가 정당화 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연구대상자 모집이 어렵다거나 시간이 걸린다거나, 연구진이 참여하는 것이 손쉽고 편하다는 사유만으로는 연구진 참여가 정당화 될 수는 없음을 유의해야 합니다.
서울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이인재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