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송일: 2017년 2017년 11월 1일
74세 남자가 갑자기 발생한 다량의 혈변으로 응급실을 방문하였습니다. 만성 신부전으로 신장내과 외래를 다니고 있으며 항고혈압제를 복용 중으로 항혈전제 등은 복용하지 않았습니다. 3년 전 타병원에서 시행한 대장내시경에서 대장 게실 소견이 관찰되었습니다. 혈변이 발생하기 전 배변 습관의 변화는 없었고, 혈변은 설사, 발열, 복통 등을 동반하지 않았습니다. 내원 시 혈압 140/80 mmHg, 맥박수 분당 90회였고, 복부 진찰에서 장음이 항진된 것 외에 특이 소견은 없었습니다. 혈변의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신장을 보호하면서 복부 전산화 단층촬영술을 시행 하였고(그림 1), 혈액 검사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WBC 12,600/mm3 , Hb 9.5 g/dL, Platelet 345,000/mm3 , ESR 32 mm/hr
CRP 2.8 mg/dL, BUN/Cr 42/2.2 mg/dL
[그림 1] 복부 전산화 단층촬영술
● 질문: 이 환자에서 추정되는 진단은 무엇입니까?
● 해설: 복부 전산화 단층 촬영술에서 우측 대장에 게실이 관찰되고 활동성 출혈 소견이 함께 관찰되어 대장 게실 출혈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대장 게실증은 대장 벽 일부가 탈출하여 생긴 주머니 모양의 병변인 대장 게실이 존재하는 상태로 미 국, 유럽 등의 서양인에서는 비교적 흔하며 고령화될수록 발생 빈도가 증가하여 80세 이상에서는 50~66%의 높은 유병률을 보입니다. 과거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에서는 대장 게실증이 드물다고 여겨졌으나, 최근 노령화, 식이생활의 서구 화와 진단 방법의 발달로 점차 빈도가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2008년도 한 연구에 의하면 대장내시경을 시행받은 환자에서 게실 유병률은 12.1%로 보고된 바 있습 니다. 특히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에서는 좌측 대장 게실이 흔한 서구와 달리 우측 대장 게실이 약 70%를 차지합니다.
대장 게실증 환자의 약 15%에서 대장 출혈이 동반되며 60세 이상 고령에서 대 장 게실 출혈은 가장 흔한 하부위장관 출혈의 원인입니다. 대부분의 게실 출혈은 저절로 멈추어 임상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으나, 약 3-5%에서는 대량 출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게실 내강에 인접한 혈관의 만성적인 손상이 원인일 것으로 생각되며 대부분의 출혈은 우측 대장에서 발생합니다. 게실 출혈은 설사나 복통을 동반하지 않고 갑자기 대량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흔하므로 고령의 환자에서 대장 게실의 병력이 있을 경우, 혈변의 원인으로 게실 출혈을 꼭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 질문: 이 환자의 치료는 어떻게 할까요?
● 해설: 다량의 활동성 출혈이 있고 신체징후가 불안정할 경우 응급 혈관조영술 이 권유됩니다. 혈관조영술은 출혈의 속도가 분당 0.5 mL 이상이면 병변을 찾을 수 있고, 곧바로 혈관 색전술 등의 지혈술을 시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 환자의 경우, 만성 신부전 환자로 신장 기능이 상당히 저하되어 있기 때문에 많은 고려가 필요합니다. 신체징후가 안정적이었으므로, 조영제 사용이 없는 대장내시 경 치료를 먼저 시도하였습니다. 다행히 활동성 출혈 소견을 보이는 게실을 확인 하고 에피네프린 주입술, 아르곤 플라즈마 소작술 등을 이용한 대장내시경 지혈술 을 시행 후 출혈이 멈춘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그림 2). 하지만 대장내시경 시 술은 출혈의 양이 많거나 대장 전처지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을 경우에는 병변을 확인하기도 힘들고 지혈술이 잘 시행되지 않는 제한점이 있습니다. 내시경적 지혈 술은 에피네프린 주입술, 응고 소작술외에도 클립, 고무밴드 결찰술 등이 이용될 수 있으며 최근 메타분석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응고 소작술, 클립, 고무밴드 결찰 술 등이 모두 초기 지혈 효과나 재출혈 예방에 효과적이었습니다.
[그림 2] 게실 출혈에 대한 대장내시경 지혈술
● 질문: 향후 이 환자의 경과는 어떻게 될까요?
● 해설: 첫번째 게실 출혈이 발생할 경우, 약 70-80%에서는 자연적으로 지혈되거 나 내시경적 지혈술이나 혈관조영술 등의 여러 치료법을 통해 치료될 수 있습니 다. 하지만 약 25%의 환자에서는 재출혈이 발생하고 일단 재출혈이 발생하면 세번째 출혈의 빈도는 50%로 높아지므로 주의를 요합니다. 특히 비스테로이드 소 염제와 항혈소판제 복용이 재출혈의 위험인자입니다.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인 게실 출혈이 있을 경우 수술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