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례1>
34세 여자가 하루에 서너 차례의 잦은 무른 변으로 내원하였습니다. 증상은 주로 식사 후에 생기며 아랫배도 살살 아프다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증상은 작년에도 있었고 약을 사서 먹으면 조금 나아졌다가 약을 끊으면 다시 증상이 생긴다고 하였습니다. 체중 감소나 혈변, 발열은 없었으며 동반 질환이나 복부 수술병력은 없었습니다. |
이 환자에게 어떠한 검사들을 시행하시겠습니까?
과민성 장증후군(irritable bowel syndrome, IBS)은 기질적 이상 없이 배변 습관의 변화를 동반한 복통이나 복부 불편감을 특징으로 하는 만성 기능성 위장관 질환으로 아직 특정한 생물학적 표지자가 없어 기질적 질환을 감별하기 위해 많은 검사와 비용이 소요되고 있습니다.
IBS 증상을 가진 환자들은 기질적인 질환을 동반할 경우 경고증상을 같이 나타낼 수 있는데 경고증상은 직장출혈, 체중감소, 빈혈, 50세 이상의 고령, 대장암 및 염증성장질환의 가족력을 말합니다.
IBS 환자가 내원하였을 때 주로 시행하는 검사로는 CBC(complete blood count; 전혈구검사), 일반화학검사, 갑상선 기능검사, C-반응성 단백질(CRP)과 같은 염증 지표, 흡수장애 및 소장내 세균 과증식 진단을 위한 수소호기검사(hydrogen breath test)가 있습니다. 경고증상이 없는 IBS 환자에서 CBC나 일반화학검사가 중요한 기질적 질환을 발견할 확률은 정상인에서 기질적 질환을 발견할 확률과 비슷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IBS 환자에서 갑상선 기능검사 이상의 유병률은 약 4.2%로 정상인에서와 차이가 없었습니다. 경고증상이 없는 IBS 환자의 진단을 위한 복부초음파 검사의 유용성은 확실치 않으며, IBS 환자에게 호기검사를 시행해야 한다는 증거는 아직 부족한 실정입니다. Erythrocyte sedimentation rate (ESR)과 CRP는 전신염증반응(systemic inflammation)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IBS 환자에게 검사했을 때 약 1%의 환자에서 증가된 소견을 보였으며 이후 기질적 질환으로 진단되었다고 합니다. 경고증상이 없는 IBS 환자에게 대장 내시경 및 대장 바륨조영술 검사를 시행한 결과 단지 1.3%의 환자에서 기질적 질환이 발견되었으며, 설사형 및 혼합형 IBS 환자와 건강한 환자를 대상으로 대장 내시경 검사를 시행하였을 때 두 군 사이에 대장암 및 염증성장질환의 유병률 차이는 없었고, 오히려 선종성 폴립이 IBS 환자 군에서 적게 나타났는데, 이는 IBS 환자군이 더 젊고 여성 환자가 많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환자와 같이 증상이 IBS에 합당하면서 경고증상이 없는 경우 추가적인 검사는 기질적 질환과 감별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일단 증상에 맞는 약물 투여 후 재평가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56세 남자가 복통으로 내원하였습니다. 복통은 배꼽주변을 포함한 복부 전체에 생기며 식사와 관계없으며 수년 동안 지속되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증상으로 상부위장관내시경 및 대장내시경 검사를 수 차례 받았으며 최근 혈액검사 및 복부전산화단층촬영도 시행하였는데 이상소견이 없어서 과민성 장증후군이라 얘기 듣고 약물 투약을 하였으나 뚜렷한 호전이 없었습니다. |
이 환자에게 어떠한 치료를 시행하시겠습니까?
차전자피(psyllium)와 같은 부피형성 하제는 변비, 복통 등 IBS의 일부 증상의 호전에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부피형성 하제는 복부팽만감이나 다량의 가스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Polyethylene glycol(PEG)와 같은 삼투성 하제는 변비형 IBS 환자에서 배변 횟수를 증가시킬 수 있지만 통증은 감소시키지 못합니다.
진경제는 복통 및 복부불쾌감의 개선 효과가 높습니다. 하지만 변비를 유발할 수 있어 변비형이나 교대형 IBS 환자에게 투여할 때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지사제인 loperamide는 배변 횟수를 유의하게 줄이는 효과를 보이지만 복통, 복부불쾌감의 유의한 호전은 없습니다.
세로토닌 3형 수용체 길항제는 설사형 IBS 환자에서 효과적인 치료제로 생각되고 있으며 복통 및 복부불쾌감, 배변 습관 등에 효과가 있으며 세로토닌 4형
수용체 작용제는 만성 변비나 변비형 IBS 환자의 치료에 도움이 되며 복통, 복부불쾌감, 변비와 같은 증상의 호전이 위약에 비해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IBS의 증상이 장기능 개선 약제로 좋아지지 않으면 삼환계 항우울제와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와 같은 항우울제를 사용해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연구에서 항우울제가 통증을 비롯한 IBS의 증상 호전에 효과적이라고 보고하였습니다.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는 삼환계 항우울제에 비해 내복성(tolerability)이 우수하고 장운동 촉진 효과도 함께 있기 때문에 변비우세형 IBS에서 더 효과가 있을 것이고, 삼환계 항우울제는 반대로 설사우세형 IBS에 더 효과가 있습니다. 항우울제는 비교적 안전한 약물이나 부작용에 대한 주의를 요하며 일반적으로 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가 삼환계 항우울제에 비해 부작용이 적습니다.
결론적으로 여러 약제 중 통증에 도움이 되는 약제는 차전자피, 진경제, 세로토닌 수용체 작용제, 항우울제 등이 있으며 각각의 부작용을 고려하여 환자 증상에 맞게 선택하고 IBS는 여러 가지 병태생리가 관련되어 다양한 증상을 보이는 이질적인 질환군이므로 약제를 조합하는 것이 치료에 효과적일 것입니다.
(참고문헌: 박정호 등, 과민성 장증후군의 진단: 체계적인 문헌고찰, 대한소화기학회지 2010;55:308-315, 권중구 등, 과민성 장증후군 치료에 관한 임상진료지침, 대한소화기학회지 2011;57:82-99)